제 22회 과학문화융합포럼_디자인에서의 한류와 융합_이돈태 교수님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 후기
FORUM 내용 : 디자인에서의 한류와 융합 - 이돈태교수님
FORUM 후기 : 디자인에서의 한류와 융합 후기 - 프로젝트 두립
요즘 '디자인 띵킹', '디자인 마케팅', '디자인 경영' 등 여기저기 다양하게 디자인이란 단어가 쓰인다. 마치 붐이 일어난 것처럼 다양한 단어와 연결되어 사용되고 있는 '디자인'이란 단어를 보고 있으면 왠지 어색한 느낌이 들었다. 디자인이란 물건을 아름답게 꾸미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띵킹과 마케팅 그리고 경영 등과 전혀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디자인이란 스타일리시하거나 아름다운 디자인들뿐이었다. 당연히 공대생인 나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분야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과학기술로부터 소외된 사람을 위한 기술로 인간을 위한 기술로도 불리는 '적정기술'에 관심을 갖게 되고 나서부터 새로운 범주의 디자인을 알게 되었다. '적정기술'에서는 좋은 기술을 단순히 기부하는 형태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소외된 사람들의 상황에서 문제점을 인식하고 인간 중심적인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을 만든다. 적정기술에서는 기술 그 자체에 집중하지 않고 기술이 만들어지게 되는 과정을 중시한다. 이렇게 문제점을 인식하고 해결해 나가는 과정 그 자체를 넓은 범주로 '디자인'이라고 부르고 그러한 방법을 적용시킨 생각을 '디자인 띵킹', 고객 중심의 리서치를 하면서 그 니즈에 맞는 제품을 만드는 것을 '디자인 마케팅', 디자인적 사고로 비즈니스나 조직의 이익과 가치를 높이는 방법을 '디자인 경영'이라고 부른다.
이런 넓은 범주의 디자인을 접하면서 공대생인 나또한 나의 생각을 가지고서 나만의 '디자인'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디자인'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인 '디자인 띵킹' 즉 생각하는 법을 키워 '공대생의 디자인'을 만들고 싶었다. 지금까지 '디자인 띵킹'을 연습하기 위해 책도 읽고 'DEMA'라는 디자인 동아리에 들어 활동하면서 지금까지 다양한 노력을 해보고 있다.
마침 이번 과학문화융합포럼을 들었던 때쯤에 나는 DEMA에서 '궁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모여 궁에 대한 서로의 관점을 나누면서, 제품이든 서비스든 캠페인이든 무언가를 기획해보는 프로젝트였다. 나는 경영학과, 의류학과, 공업디자인과, 시각디자인과 친구들과 함께 궁의 문양에 집중을 했다. 간단한 패턴만 정리를 하면 다양한 제품에 적용이 가능하니 다양한 한국적인 제품들이 만들어질 수 있을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들었었다. 문양으로는 할 수 있는 것들은 많은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감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프로젝트의 방향에 대해 고민하던 중 '디자인에서의 한류와 융합'을 주제로 한 이번 포럼을 조원들과 함께 공유하였다.
K-design & International Universality
' 한국은 지금 성장한계점을 만났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려면 기술산업이 아닌 문화산업에 집중해야 한다. 문화산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교류하는 파트너십을 중요하게 생각되어야 한다. 특히나 디자인 산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디자이너의 목소리가 경영진에 잘 전달되어야 한다.'
'한국의 문양이나 한글을 그대로 가져다 붙이는 것이 과연 한류인가. 이러한 디자인은 이벤트성 디자인은 될 수 있겠지만 주류 디자인은 될 수 없을 것. 성공적인 한류를 만들기 위해서는 국제적 보편성(International Universality)를 가져야 한다.'
' 테팔 후라이팬은 짜고 발효된 음식을 오랫동안 끓이는 한국의 요리법 때문에 코팅이 빨리 벗겨져 한국 내에서 성공하지 못했다. 국내 브랜드인 해피콜은 조선업의 배관코팅기술을 후라이팬에 적용하여 짠 음식으로 오래 끓여도 잘 벗겨지지 않는 다이아몬드 코팅 후라이팬을 만들었다. 이렇게 우리의 음식문화를 반영해 만든 이러한 디자인이 한류라고 생각한다.'
- 이돈태 교수님
이런 내용을 공유한 뒤, 우리는 '문양을 어떻게 이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 하기 앞서 '전통적인 것을 어떻게 현대에 적용시키고 싶은가'에 대해 고민했다. 최근 세계적인 한류라고 하지만 국내에서 그만큼 관심을 받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 특히나 우리를 비롯한 젊은이들은 전통을 촌스러운 것으로 느끼고 전혀 관심이 없어보였다. 심지어 궁은 데이트코스로 정도로만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우리는 요즘 젊은이들이 '재스페스티벌'이니 'color me rad'니 '서울 러닝'같은 다양한 축제에 열광하는 이유는 즐겁게 놀 수 있는 '문화'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고, 전통을 이용해서 젊은이 사이에서 이슈가 될 수 있는 즐거운 무엇인가를 만들어 보자고 결론을 내렸다.
그 때 우리는 젊은이들이 우스갯 소리로 하는 재치있는 유머인 '드립'에 집중했다. '먹을 땐 개발자도 안건드린다', '과제할 때 먹는 치킨은 0칼로리' 같은 재미있는 문구를 보면서 이러한 '드립'에 우리 민족의 오랜 정서인 해학화 풍자와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것을 살리면 재미있게 젊은이들 사이에서 이슈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와 더불어 우리는 전통문양의 모양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 의미를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그래서 '프로젝트 두립(讀立)'이 탄생했다. 문양의 의미를 '드립'을 통해 해학적으로 표현하는 프로젝트로 구절 두(讀)에 설 립(立)자로 '구절을 확고히 세우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전통 문양과 그 의미를 재미있게 재해석한 글과 함께 각주로 원래의 의미를 담은 포스터를 제작하여 그 의미와 통하는 적재적소에 붙이는 캠페인이다. 재미있는 문구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전통의 본래의 의미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자 하였다. 마침 프로젝트 마무리 단계일 때 한글날이 있었고, 그날 삼청동에 직접 만든 포스터를 뽑아 길에 붙여 놓았다. 많은 시민분들이 포스터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즐거워하셨다. 동시에 페이스북에도 페이지를 만들어 많은 사람들과 포스터를 공유했다. '프로젝트 두립(讀立)'의 의도와 맞게 즐거운 방법으로 전통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킬 수 있어 우리들도 즐거웠다.
4주동안의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비록 완벽한 결과물을 만들 수는 없었지만, 전통과 한류 그리고 디자인에 대해 충분히 고민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전통의 문양을 그대로 가져다 붙이는 게 아니라 '풍자와 해학'이라는 정서를 담아 우리 나름대로 재해석하고 그 생각을 살려 디자인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좋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다양한 전공을 가진 친구들과 함께 만든 프로젝트라 나에게 값진 경험이 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결과물을 낼 수 있도록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신 이돈태 교수님께도 감사드린다.
< 프로젝트 두립(讀立) 포스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