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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죽음의 수용소에서

죽음의 수용소에서

빅터 프랭클 지음 | 이시형 옮김

정신의학 의사였던 빅터 프랭클은 2차 세계 대전 당시 유대인 수용소에서 3년간 수감되었다가 기적적으로 살아남았고, 이후 수용소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프로이트의 정신분석과 아들러의 개인심리학에 이은 ‘로고테라피’라는 정신요법을 창시하였다. 책 ‘죽음의 수용소’에서는 유대인 수용소에서의 수감 생활을 ‘로고테라피’의 관점으로 서술하고 있다.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딜 수 있다.” -니체

빅터 프랭클이 말하는 ‘로고테라피’의 요점은 니체의 말로 정리할 수 있다. 프랭클은 자신의 몸을 제외하고는 가진 것 하나 없고, 죽음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는 것을 알고 있는 수용소의 상황에서도 사람은 삶의 의미를 찾으려고 하며, 죽음 또한 의미있는 죽음으로 남기고자 하려고 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런 사람들은 열악한 환경에서도 높은 생존률을 보였으며, 반대로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을 포기한 사람은 이주일 내로 병들어 죽어버렸다. 이렇듯 삶의 의미가 삶의 원천으로서 작용한다는 것이 ‘로고테라피’의 개념이다.

프랭클의 ‘로고테라피’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과의 가장 큰 차이는 환자 증상의 원인을 찾는 방향이다. 과거의 어느 시점에 억제된 욕망에서 현재의 증상의 원인을 파악했던 프로이트의 ‘정신분석’과 달리 프랭클의 ‘로고테라피’는 미래에 대한 기대, 앞으로 올 삶에 대한 의미 상실을 증상의 원인으로 본다. 로고테라피의 치료법들은 주로 환자의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며, 삶에 대한 태도를 바꿀 수 있도록 유도한다.


어떠한 순간에도 우리에게 남을 최후의 자유

그나마 내가 갖고 있던 미래에 대한 기대가 맞는 것인지 의문이 생기고,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조차도 잘 모르겠는 ‘취준생’의 상황에서 삶의 의미가 중요하다는 말은 무게없이 흘려 읽어버렸다. 취준생활은 의미를 찾으려 고민할수록 답 없이 제자리를 맴도는 기분만 들었던 순간들의 연속이었다. 그보다 더 무게있게 다가온 문구는 바로 최후의 자유에 대한 글이었다.

강제수용소에서는 모든 상황들이 가지고 있는 것을 상실하도록 만든다. 평범한 삶에서 당연했던 모든 인간적인 목표들이 여기에서는 철저히 박탈당한다. 남은 것이라고는 오로지 ‘인간이 가지고 있는 자유 중에서 가장 마지막 자유’인 ‘주어진 상황에서 자신의 태도를 취할 수 있는’ 자유 뿐이다. -p.19

프랭클은 열악한 수용소에서 다른 사람에게 유머를 던지며 함께 웃는 사람도 봤고, 다른 사람을 공격하고 이용함으로써 홀로 힘든 일을 덜할 수 있는 지위를 얻으려는 사람들도 보았다고 했다. 똑같은 상황에서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행동을 보일 것인지는 그 사람에게 달려있는 것이다.

가진 것이 아무 것도 없고, 할 수 있는 것 또한 하나 없어 보일 때에도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의 자유’는 남아있다. 그리고 행동을 선택함에 있어서 삶의 의미까지는 아니더라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생각하고 결정하게 된다. ‘앞이 불투명해도 현재를 즐기는 사람’이 될 것인가와 ‘불확실한 미래에 불안으로 걱정하며 잠 못 드는 사람’이 될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하는 순간 선택은 빠르게 결정 난다. 이렇게 삶의 태도를 취할 수 있는 권한이 나에게 있고, 이를 통해 삶의 어려움도 스스로 극복해나가려는 마음을 먹도록 하는 것이 바로 ‘로고테라피’의 시작이다.

평소 나에게 주어진 ‘자유’가 너무 많아 무엇이 자유인지도, 자유가 무슨 말인지도 정확하게 모르고 지내왔던 것 같다. 어떠한 상황에 처하더라도, 수많은 자유들이 박탈되더라도 남아있을 ‘주어진 상황에서 자신의 태도를 취할 수 있는 ‘ 최후의 자유를 통해 그 의미를 알아간다.

나를 나일 수 있도록 만드는 자유. 당장 한달 뒤 내 인생이 어떻게 될지 종잡을 수 없는 상황에서도 나를 나일 수 있도록 하는 행동을 선택하며 견뎌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