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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고민을 마주하는 용기'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양윤옥 옮김


시공간을 뛰어넘는 고민상담 해결소, 나미야 잡화점

문을 닫은지 한참되어 보이는 상점에 숨어들어간 삼인조 도둑은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고민상담 편지를 받게된다. 숨어있다가 적당한 시기에 도망치기에도 모자랄 판에 도둑들은 사랑하는 사람과 꿈 사이 선택의 기로에 선 상담자의 편지를 읽고, 진지하게 고민을 시작하게 된다. 게다가 숨어들어간 그 건물이 바로 나야미(고민)과 발음이 비슷해 고민상담을 시작한 ‘나미야 잡화점’이었다는 것을 알게되고 그 고민상담 편지에 답장을 해줘야만 할 것 같은 묘한 기분에 끌려 나름대로 상담을 해주기 시작한다.

나미야 잡화점은 이렇게 삼인조 도둑, 고민의 주인공들 그리고 나미야 잡화점의 주인 아저씨의 마음 따뜻해지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러니까 훈훈하게 고민이 해결되는 그런 이야기인데, 삼인조 도둑은 이 훈훈한 과정을 만족스러워하지 않는다. 자기들이 열심히 고민해서 답장을 써도 그 의도와는 달리 고민의 주인공들은 제 멋대로 해석하고 행동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결국은 훈훈하게 고민은 해결된다.

고민을 마주하는 용기

그런데 나는 이렇게 고민을 훈훈하게 해결된 것은 삼인조 도둑, 나미야 잡화점 주인아저씨의 재치있는 상담을 해줬기 때문이 아닌, 고민 상담자들이 자신의 고민을 편지로 썼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고민해도 답을 찾기 힘든 고민일 수록 고민에 집중하기 보다 당장 즐거운 일을 하면서 고민을 잊어버린다. 그러면서 다시 같은 고민을 하게 될 때에는 더 스트레스를 받고, 답을 찾기 힘들면 또 다시 고민을 미뤄버린다. 이런 같은 패턴이 반복될 수록 고민은 더욱 해결되지 않고 더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그런데 나미야 잡화점의 고민 주인공들은 고민을 마주하고 남에게 설명하면서 해답을 찾으려고 한다. 한번 말해버리면 떠나가 버리는 말이 아닌 쓰고 나서도 여러번 다시 읽게 되는 글로 고민을 적는다. 몇번은 다시 고쳐썼을 것까지 생각하면 고민의 주인공들은 고민을 마주하고 더 깊게 고민했을 것이다.

이미 너의 마음엔 답이 있다.

예전에 친구에게 고민 상담을 했던 적이 있는데, 내 고민을 들은 친구는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너의 마음은 답을 알고 있어.’ 이 말을 들은 순간 진짜로 내가 원하는 답이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뒤 고민을 할 때 마다 처음부터 마음 속엔 이미 답이 있었다는 것을 느꼈다. 어쩌면 답을 찾기 어려운 고민들도 이미 마음 속에 결론은 내려져 있을 수도 있다. 어쩌면 나미야 잡화점의 고민 주인공들도 편지를 통해 고민을 마주하고 깊게 고민하면서 이미 마음 속으로 결론 내린 답을 찾아간게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