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포스팅은 DEMA에 관점공유했던 내용을 포스팅했던 글입니다. 원본은 DEMA studio blog에서 볼 수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hands 정민하입니다. 저는 ‘믿는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저는 많은 것들을 믿고 있는데요. ‘신’을 믿고, ‘운명’을 믿고, ‘공학의 정점과 디자인의 극치가 만나는 곳이 있다’는 것 또한 믿습니다. 하지만 믿고있는 ‘대상’에 대해 이야기하기보다는 무엇인가를 ‘믿는다는 것’ 그 자체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믿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고 어떤 힘을 갖는지에 대해 제 나름대로 정리한 생각을 포스팅하겠습니다.
바라나시 갠지스강
작년 인도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인도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게 이국적인 정말 신비로운 나라였습니다. 여행 중 마지막에 들렸던 도시는 갠지스강이 있는 바라나시였습니다. 힌두교에서는 갠지스강을 강의 어머니라는 뜻의 강가(Ganga)로 부르고, 그 강물을 신성한 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강물에서 몸을 씻기위해 인도 각지에서 힌두교인들이 모여듭니다. 바라나시에 사는 사람들은 강에서 빨래도 하고 소들도 씻기며 갠지스강과 함께 살아 갑니다.
그리고 갠지스강 강변에 있는 가트(Ghat)에서는 시체를 화장하는 수많은 불들이 있습니다. 죽은 사람을 갠지스강에서 화장을 하고 그 재를 화장터에 뿌리면 극락에 간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갠지스강에서 화장을 해서 극락으로 보내기 위해서는 많은 규범들을 따라야 합니다. 우선 사망한지 24시간 이내에 화장을 해야합니다. 그리고 가족 중 장남또는 막내 아들은 머리를 꽁지만 남겨두고 빡빡이로 밀어야 합니다. 화장을 시작하기 전에는 3번 갠지스강에 시체를 담가야 하고, 화장을 시작하면 여자들은 집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화장터에서 울음 소리가 들리면 부정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화장이 끝난 뒤에는 항아리에 강물을 담아 화장터를 등지고 물을 뿌린 뒤, 절대 돌아보지않고 곧장 돌아가야합니다. 그렇게 해야만 죽은 사람이 극락으로 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21세기가 시작하고 13년이나 지난 2013년에도 이렇게 상식적으로 말도 안되는 문화가 남아있다는 것이 신기하면서 매우 이상하게 보였습니다. 화장을 한다고 극락에 가지도 않으며, 갠지스강은 신성한 물이 아니라 심각하게 오염된 물임에도 불구하고 그 수많은 사람들이 갠지스강으로 몰려들고 있었으니까요. 100년 전도 아닌 지금 제 눈앞에서 말이죠.
과연 이렇게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고 비과학적인 문화가 지금 내눈 앞에 펼쳐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민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인도인의 80%인 9억명이 힌두교를 믿고, 갠지스강을 신성하다고 믿으며, 직접 갠지스강에 몸을 씻거나 가족들을 극락세계로 보내기 위해 바라나시를 찾아오기 때문에 그 모든 것이 말도 안되는 것이지만 실재하게 된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즉, 많은 사람들이 믿고 행동하기 때문에 실재한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종교와 정치의 비슷함
많은 사람이 믿기 때문에 실재하게 된 것들이 종교적인 것이 아닌 정치적인 것에서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투표를 보면 알 수 있는데요. 많은 후보들이 자신의 공약을 이야기 하지만, 그 중 실현될 수 있는 것들은 바로 투표를 통해 뽑힌 후보의 공약입니다. 많은 사람들의 믿음을 얻어야만이 자신의 생각들을 실재로 만들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후보들의 공약들도 후보 자신들이 믿는 것으로부터 나온 것이라 생각합니다. 서울시에 박원순 시장이 취임된 다음에는 서울의 많은 것들이 바뀌게 된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는데요. 전 원세훈 시장과 박원순 시장이 서로 서울시에 대해 믿고 있는 것이 달랐기 때문이 아닐까요. 이렇게 정치에서도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것들은 믿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만약 박원순 시장과 같은 것을 믿었던 다른 정치인들이 많았다면, 더 많은 것들이 바뀌게 되지 않았을까하는 궁금증이 생깁니다.
과학의 비과학적인 부분
'믿는다’는 것은 과학과는 먼 이야기로 들립니다. 과학에서는 믿기보다는 검증을 통해서 밝혀지기 때문이죠. 하지만 장하석 교수님의 과학철학 강연에서 과학에서 비과학적인 부분을 발견했습니다. 과학에서도 믿음이 중요한 순간이 있었는데요. 바로 시대의 패러다임을 바뀌는 ‘과학 혁명’이 일어나는 과정이었습니다.
과학혁명의 예로는 천동설에서 지동설로 패러다임이 바뀐 것과, 뉴튼역학에서 아인슈타인역학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게 된 것을 들 수 있는데요. 패러다임과 과학혁명의 개념을 만든 토마스 쿤Thomas S.Kuhn은 패러다임이 바뀌게 되는 과정에서 패러다임간의 경쟁은 과학적 검증을 통해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서로 다른 패러다임을 갖고 있으면 아무리 과학적 검증을 하더라도 그 검증 자체를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검증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소수의 과학자들은 설득을 할 수 있겠지만 모든 과학자들을 검증으로 설득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패러다임은 바뀌게 되는걸까요. 정말 단순하게 새로운 패러다임을 믿는 사람의 숫자가 많아지면 된다고 합니다. 구 패러다임을 믿는 사람들이 갑자기 깨달음을 얻어 바뀌거나 또는 나이가 들어 죽거나, 권력으로 구 패러다임을 제압하거나, 군중심리에 의해서 신패러다임이 떠오르게 되면서 신패러다임을 믿는 사람이 많아지게되면 과학혁명이 일어나게 됩니다. 그래서 토마스 쿤은 패러다임의 경쟁의 끝은 적절한 공동체 내에서 서로 동의하는 것 이상의 기준이 없다고 말합니다. 모든 것을 과학적 검증을 통해 결론을 내릴 것 같은 과학에서도 믿는 것으로 변화가 시작됩니다.
혁신의 시작
믿는다는 것이 혁신에서도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디자인 이노베이션 기업인 IDEO의 창업자 데이비드 켈리와 톰 켈리도 혁신을 만드는 것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믿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고 말합니다. 책 ‘유쾌한 이노베이션’에서도 자신의 아이디어를 믿는 사람은 그 일에 더 열정적으로 뛰어들기 때문에 더 좋은 결과를 만든 예가 많았다고 소개합니다. 그리고 IDEO를 하나로 만드는 힘들을 소개한 ‘The little book of IDEO’에서도 낙천적으로 자신의 아이디어를 믿으라고 합니다. 아이디어를 믿으면 어떻게든 그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말이죠. 믿으면 실재가 된다는 생각을 데이비드 켈리와 톰 켈리도 믿고있나보네요.
그래서 믿는다는 것은
제 결론은 ‘믿는다는 것’은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을 현실로 만드는 힘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믿고만 있는다고 바뀌는 것은 없을 것입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믿는 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입니다. 행동으로 옮기는 순간부터 이 세상에 존재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믿음을 실천하는 사람이 많아질 수록 더 많은 것들이 실재하게 되고, 그것을 믿지않는 사람도 자기 눈앞에 펼쳐져있는 것들에 대해 의문을 갖기 시작하게 될 것입니다. 마치 제가 인도의 갠지스강 앞에서 화장하는 사람들을 보며 의문을 가졌던 것 처럼요. 그러면서 변화는 시작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혁신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 믿구요.
저는 제가 믿는 것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강요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대신 제가 그 믿음을 행동으로 옮기고 실재로 만든다음 그 사람들에게 의문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래서 제가 믿는 것들을 실천하려고 노력하려고 합니다. 여러분들이 믿고 있는 것 또만 현실세계로 나오기를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