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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with the other 90% Cities - 함께하는 디자인

'함께하는 디자인' 시리즈

1. Design with the other 90% Cities - 함께하는 디자인

2. Design with the other 90% Cities - 여와다 빈민가 개선사업

3. Hatbit Lab - HCD를 통해 탄생한 적정기술

적정기술, 디자인총서 ‘Design for the other 90%(소외된 90%를 위한 디자인)’의 두번째 시리즈로 ‘Design with the other 90% cities(소외된 90%와 함께하는 디자인 : 도시편)이 2012년에 한글판으로 출간되었다.

첫번째 시리즈에서는 주로 농촌문제를 해결하는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이며, 이번 두번째 시리즈에서는 이름에서와 같이 주로 도시 속 문제를 해결하는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번 시리즈는 적정기술이 제3세계의 빈민의 이야기일 뿐만아니라 우리들이 살고 있는 도시 속에서도 활용이 가능한 기술이라는 것을 알려주며 적정기술에 우리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도와준다. 특히나 도시의 복합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디자인과 기술이기 때문에 그 전에 비해 비즈니스와 네트워크가 중요해져, 적정기술이 단순히 봉사하려는 디자인은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다.

하지만 이번 시리즈에서 더 주목해야할 점은 ‘Design for the other 90%’에서 ‘Design with the other 90%’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for에서 with로 소외된 90%를 위한 디자인이 아닌 함께하는 디자인으로 바뀌었다. 디자인에서의 주체가 내가 아닌 우리로 인식이 변화되었다는 점, 즉 the other 90% 소외된 사람이 디자인과 기술을 받기만 하는 수동적인 위치에서 함께 디자인을 하는 능동적인 위치로 역할이 바뀌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는 적정기술과 디자인이 소외된 사람들의 삶에 실제로 적용되면서 낳았던 실패사례들을 통해 만들어졌다. 실패한 적정기술들은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할만큼 혁신적인 디자인들이었다. 그래서 많은 이슈를 만들고 많은 사람들의 기부를 통해, 많은 지역에 있는 소외된 사람들에게 제공되었다. 하지만 우리를 놀라게 했던 적정기술은 정작 그 기술을 직접 쓰는 사람들의 삶을 놀라도록 향상시키지 못했다. 오히려 그 사회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가지고 와 또 다시 우리를 깜짝 놀라게했다.


적정기술 실패 사례 Play Pump

놀면서 물을 퍼 올리는 Play Pump, 물이 부족한 아프리카에 펌프를 설치해 주면서 동시에 놀이기구까지 만들어주는 프로젝트이다. 아이들이 놀이기구를 돌리면 그 동력을 이용해 물을 탱크에 퍼 올린다. 이 때 그 탱크의 외벽에 광고를 하면서 수익구조를 만들어냈다.


Play Pump 구조


Play Pump 사용모습

이런 디자인보다 더 혁신적인 펌프를 본 적 있는가. 이렇게 깜짝 놀라게 하는 디자인과 더불어 놀이기구 위에서 해맑게 웃고있는 아이들의 사진을 보면 기부를 안할 수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 Play Pump는 수많은 언론에 소개가 되며 엄청난 기부금을 받고 아프리카에 수천개가 설치되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카메라맨이 카메라를 들고 찾아왔을 때에만 펌프를 돌릴 수 있을 만큼의 체력을 가지고 있었다.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기 때문에 평상시에도 힘차게 펌프를 돌리며 놀 힘이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학교처럼 아이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만 그나마 활용되고 있었지만, 아이들이 많지 않은 마을에서는 애물단지에 다름이 없었다. 물을 떠 오는 사람이 주로 여인이나 노인이었는데 그들은 플레이 펌프 이 전에 사용했던, 혁신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그런 낡아빠진 디자인의 펌프를 그리워했다. 결국 수천개가 설치된 Play Pump 대다수는 그냥 먼지가 쌓여가는 쓰레기가 되었다.


적정기술 실패 사례 TOMS shoes

'one for one' 탐스슈즈

남아프리카 학교에 전달된 탐스슈즈

하나의 신발을 사면 아프리카 아이들에게도 신발이 선물됩니다. ‘one for one’의 모델을 가지고 있는 TOMS shoes는 굳이 설명이 필요없을 만큼 유명해졌다. 유명 연예인들부터 시작해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기부에 관심이 없는 사람조차도 아주 잘 알고 있는 브랜드가 되었다.

내가 신발을 사면 나도 하나를 갖고 아프리카의 신발이 없이 돌아다니면서 세균 감염의 위험성이 매우 높은 아이에게도 신발이 주어진다니 너무 혁신적인 기부 디자인이다. 게다가 신발의 디자인까지 깔끔하다. 정말 모든게 혁신적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러한 탐스슈즈가 기부된 마을에서는 다시 신발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신발이 무상으로 배급되자 사람들은 당연히 신발을 돈을 주고 살 일이 없었다. 그런데 한철 신으면 구멍도 잘 나고 바닥도 쉽게 닳는 탐스슈즈를 더이상 신을 수 없게 되었을 때에는 돈을 주고 신발을 사려고 해도 살 수 가 없었다. 탐스슈즈에 구멍이 나는 동안 시장에서 신발파는 가게들이 다 망해버렸기 때문이다.


착한 의도가 착한 결과를 만드는가.

이러한 실패가 생기게 된 이유는 적정기술을 봉사하는 디자인으로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디자이너는 베푸는 사람의 입장이 되어 소외된 사람들을 도움을 필요로하는 사람들로 바라보게 된다. 실패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디자이너가 생각하는 ‘소외된 사람들의 니즈’와 소외된 사람들이 생각하는 ‘진짜 니즈’가 다르기 때문이다.

디자이너는 스스로 봉사를 베푸는 사람으로 생각하고 디자인을 하게 되면서 저소득층을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으로 바라보게 된다. 즉 디자이너가 저소득층 우위에 서게 된다. 그 순간부터 디자이너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보다는 그들을 보고 판단을 하게 된다. 이러한 판단을 통해 디자이너들은 소외된 사람들의 니즈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자신이 생각한 니즈에 집중하고 결국은 실패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착한 의도들로 시도된 일들은 모두 착한 결과를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주관적인 착함들은 나쁜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플레이펌프와 탐스슈즈처럼 선진국들의 착한 의도가 저소득층을 빈곤함에 더 빠져들게 만든 것 처럼.


Design with the other 90%

그래서 ‘함께하는 디자인’이 생겨났다. 소외된 사람들을 불쌍한 사람으로 바라보지 않고 동료로 바라보기 시작한 것이다. 디자이너와 저소득층이 함께 커뮤니티의 문제를 파악하고 그것을 해결해 나간다. 이 과정에서 디자이너는 그들이 자신의 삶에 주체성을 갖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디자인을 하도록 도와준다. 

일반적으로 가난한 저소득층들은 삶의 의욕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들은 자기 삶을 향상시키려는 의지가 충분히 강하다. 따라서 자기가 포함된 커뮤니티를 위한 디자인에 참여하면 자기 스스로에게 도움이 될 방향으로 디자인을 하게 된다. 그러한 과정에서 자신의 의견을 어필하게 되고 자존감도 상승하게되는데, 이는 디자인이 완성된 후 그 디자인에 대한 책임감으로 연결되어 디자이너들이 떠난 후에도 디자인이 커뮤니티 내부에서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게 된다. 지속적으로 그들의 삶에 적용될 수 있는 디자인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함께하는 디자인’을 통해 디자이너는 정말 자신이 만들고 싶었던 착한 결과 즉, 저소득층의 삶을 실질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디자인을 만들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이 글 처음에 설명했던 적정기술,디자인 총서 두번째 시리즈 ‘Design with the other 90% cities’부터는 with the other 90%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