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OOK

저소득층을 공략하라


저소득층을 공략하라
(The fortune at the bottom of the pyramid)

C.K. 프라할라드 지음 | 유호현 옮김


요약

지금까지 기업들은 시장으로써 자신들의 제품을 살 능력이 없는 저소득층을 무시해왔다. 하지만 저소득층은 40~50억 명의 대규모 소비자가 될 수 있고, 기업이 성공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으로 충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저소득층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제품 개발과 서비스를 혁신을 통해 저소득층에 맞게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우선 그들에게 필요한 제품을 만들어야 하고, 그 제품의 값은 싸면서도 성능은 뛰어나야만 한다. 그리고 단순히 제품만 만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소비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되도록 그들의 역량을 끌어올리는 것까지 생각해야만 한다. 그러한 역량을 키우는 것에 있어서 정부의 부정부패를 막아 국민들의 낭비를 줄일 수 있도록 하는 것, 유통망을 새롭게 하여 유통에서의 부패를 막는 것, 그리고 소액의 돈을 대출해주는 것 등을 방법으로 들 수 있다. 그리고 이런 과정에 저소득층이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면 기업이 예측할 수 없는 문제들도 쉽게 해결할 수 있으며 그 시스템이 시장에 빨리 적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여러 기업들이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저소득층 시장에서 성공한 것을 볼 수 있으며, 어떠한 목적으로 시장에 뛰어들었던 간에 저소득층의 역량을 끌어올리는 것이 수반되기 때문에 기업도 저소득층도 모두 win-win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볼 수 있다.


2012년 10월의 생각

적정기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물론 관심이 없는 사람도 한번쯤은 보았을 Life straw의 홍보용 사진을 친구와 함께 본 적이 있다. 많은 사람들로 둘러싸인 한 아이가 바닥에 앉아 Life straw를 사용해 강물을 마시고 있는 모습이었는데, 내가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쳤던 이 사진을 보고 친구는 매우 불편해했다. ‘이 아이의 인권은? 존엄성은?’ 라고 묻던 친구의 눈에는 이 사진이 흑인인 아이는 쪼그려 앉아 life straw를 사용하고 있고 백인이 꽤나 섞여있는 사람들의 무리는 그 아이를 동물 보듯이 구경하고 있는 그 모습으로 보였던 것이다. 서로가 가진 감수성의 차이에 따라 똑같은 것을 보고도 다르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나는 왜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나’ 고민했다.

<저소득층을 공략하라>를 읽으면서 이번엔 내가 불편했다. ‘왜 가난한 사람들에게까지도 기업의 원리를 적용시켜야 하는 시장으로 바라보는가’, ‘기업의 원리가 좋다고 하더라도, 저소득층의 삶을 개선시키는 것을 먼저 목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기업도 시장에 들어와도 되는 것일까’. 먼저 사람을 어떻게 도울지 생각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러한 고민도 없이 시작한 기업을 비즈니스의 장점만 보고 맹신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나를 매우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래도 비즈니스 모델이 주는 장점들을 인정하면서 ‘나는 왜 이렇게 불편함을 느끼는가’ 예전과는 정반대의 고민을 했다.

그 고민의 답은 ‘고객’이란 단어에서 얻을 수 있었다. 기업들이 저소득층 시장에서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낼 때, 기업들은 저소득층을 고객으로 바라보고 그들의 생활패턴을 분석하고 어떻게 삶을 편리하게 할 것인지 고민한다고 한다. 저소득층이라고 해서 다르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고소득층을 고객으로 보았을 때처럼 똑같이 대하는 것이다. ‘고객’이란 단어를 보는 순간, 저소득층은 소비를 할 돈을 가진 갑의 입장이 되고 기업은 그 고객에 맞추어 무엇인가를 만들어야 하는 을의 입장이 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저소득층을 가난하고 불쌍한 존재가 아닌 소비를 할 수 있는 대상으로 바라보고 분석하는 것. 그들의 삶을 내 입장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그들의 입장에서 보려고 노력하는 것. 적정기술들을 보며 배우지 못한 것이었다.

신기하게도 정반대의 두 질문, ‘나는 왜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나’와 ‘나는 왜 이렇게 불편함을 느끼는가’의 원인은 하나였다. 나는 저소득층을 너무 불쌍한 약자로만 바라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 아이가 모든 이들이게 구경거리가 된 듯한 그 사진을 보고서도 불편하지 않았던 것이고, 그들을 불쌍한 존재로 보지 않고 도움의 대상으로 고려하지 않고 시장의 원리를 들이대는 것이 불편했던 것이다. 사실 적정기술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도 공학도로서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하면서부터였기 때문에 나의 생각의 기초를 흔들리게 하는 것들이 바로 나를 불편하게 했던 것 같다.

적정기술을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적정기술들의 많은 제약들을 보면서 지금까지의 방법이 아니라 새로운 방법으로 접근해야 그 제약을 깨뜨리고 저소득층을 도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새로운 방법으로의 접근보다 먼저 해야 할 것이 바로 저소득층 그들을 그들의 삶의 주체로 바라보는 것이었다. 그리고 내가 도와야 하는 것은 그들이 스스로의 선택을 통해 삶을 개선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생각으로 시작하면 <저소득층을 공략하라>의 작가가 말했던 것처럼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점들, 적정기술에서도 우리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점들도 저소득층이 스스로 해결하면서 더 많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친구가 나에게 물었던 ‘적정기술의 홍보방법’에 대한 해답도, 그리고 저소득층에 정말 ‘적정한’ 제품이 어떤 것인지도, 아마 저소득층 속에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