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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리버스 이노베이션

리버스 이노베이션

비제이 고빈다라잔, 크리스 트림블 지음 | 이은경 옮김


‘저소득층을 공략하라’에서는 BOP를 시장으로 바라봄으로써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이익을 얻을 수 있음과 동시에 그 사회의 전반적인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면, ‘리버스 이노베이션’에서는 BOP시장, 즉 이머징 마켓에서 글로벌 기업들이 어떤 실수를 범하고 있으며, 어떤 방식으로 혁신을 만들어야 성공할 수 있는지 등등을 설명하며 BOP시장을 제대로 공략할 수 있는 전략을 알려준다.


리버스이노베이션

리버스 이노베이션은 신흥국의 수요에 맞춘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해 이를 선진국으로 역공급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즉 선진국 시장에서 성공한 제품의 단순 보급판을 만들어 신흥국 시장에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신흥국의 특수한 수요에 맞춰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이를 역으로 선진국 시장에도 공급하는 것을 말한다.


개발도상국들은 선진국이 성장했던 경로 그대로 성장하지 않는다.

글로벌 기업들은 개발도상국들의 현재 상황이 선진국들의 20~30년 전의 상황으로 바라본다. 따라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개발도상국의 경제수준이 올라갈 것이고, 그러면 선진국 시장의 니즈들과 같아질 것이라고 판단한다. 그래서 선진국에서 성공한 제품에서 기능을 몇가지 빼고 가격을 낮춰 판매하면서, 어서 경제수준이 올라가 기존의 제품을 그대로 판매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다린다. 하지만 개발도상국들은 선진국이 성장했던 그대로 성장하지도 않으며, 같은 니즈를 갖지도 않는다. 오히려 그 중간단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니즈를 만들어내고, 선진국보다 더 최신기술에 대한 니즈를 갖는다.

선진국은 혁신적인 기반시설 기술을 채용하고 싶어도 우선적으로 기존 시설과 호환될 수 있어야만 하기 때문에 수십년 전에 이루어졌던 선택에 의해서 제약을 받는다. 기존 시스템에 얽매이지 않는 신흥개발국은 최신 기술을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융통성을 지닌다. 결과적으로 외견상 기묘한 상황을 보게 된다. 빈곤국은 기반시설이 안쓰러울 정도로 부족하지만 만약 갖추고 있다면 이것은 최첨단이다. -p.49

인도는 거대한 중앙 발전소를 짓는 대신, 복잡한 수요와 공급 변동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차세대 ‘스마트 그리드’로 연결되어 있는 수천 개의 소규모 장치를 세우는 쪽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p.65

글로벌 기업들은 이머징 마켓에 들어가기 앞서 마켓이 낮은 가격과 동시에 어떤 기능을 요구하는지 면밀히 파악하고, 그 니즈를 만족시키기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선진국의 제품을 가지고 개발도상국에 맞추는 단순한 글로컬라이제이션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이러한 과정은 기존에 글로벌 기업들이 취했던 전략과 다르기 때문에 '끝가지 무너지지 않고 추진할 수 있는 팀장과 그를 지지해줄 수 있는 임원이 필요하다'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다.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글로컬라이제이션은 세계적인 규모와 지역 대응 간의 절충안이다. 기업은 비용을 최소화시키는 생산 규모와 시장점유율을 최대화시키는 관점에서 로컬 맞춤화를 수행할 최적의 균형점을 파악한다….글로컬라이제이션은 다른 선진국을 대상으로 하는 시장확대전략으로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증명되었기 때문에 확산되었다. -p.77

라자의 실제 사례가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지나치게 글로컬라이제이션에 주력하면 역혁신을 방해하는 극복할 수 없는 걸림돌이 생긴다는 것이다. 게다가 역혁신을 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과학, 기술, 예산 관련 문제가 아니다. 경영과 조직이 가장 큰 문제다. -p105


적정기술과 리버스 이노베이션

성공을 위해서는 혁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저지를 수 있는 함정 3가지
- 빈곤국 고객은 일인당 국민소득이 낮기 때문에 그들의 니즈는 시대에 뒤떨어진 오래된 기술로 만들어진 저렴한 제품이면 충분하다.
- 역혁신은 언제나 최저 가격을 목표로 한다.
- 역혁신은 제품혁신이다.

역혁신을 빈번하게 방해하는 두려움 3가지
- 이익을 얻기에는 이윤폭이 너무 적다.
- 저가 시장에서 경쟁하게 되면 자사의 프리미엄 브랜드를 위험에 처하게 하거나 프리미엄 제품의 매출 감소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 우리 회사는 기술 리더십이 뛰어나다. 이는 초저가 정책과 양립될 수 없다.

이 책을 읽으며, 적정기술과 리버스 이노베이션이 말하는 것이 비슷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들의 삶을 향상시킨다.’와 ‘이머징 마켓에서 성공한다.’라는 다른 목표를 가지고 있지만,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해야할 일들이 매우 비슷하다. 둘 다 자신들의 편견으로부터 벗어나 현장에서 그들의 니즈를 파악하고, 그 니즈를 만족시키는 제품을 적정 가격에 맞춰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적정기술과 리버스 이노베이션을 하는 사람들이 저지르는 실수도 매우 비슷했다. 그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가난하고 부족한게 많다.’라는 특성만을 보고 모든 것을 판단해버리는 편견에 갖히기 쉽고, 그 속에서 많은 돈을 벌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며 ‘지속가능함’의 요소를 작게 바라보는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들은 개발도상국에게 맞는 제품을 ‘사회적 책임’이라는 명목으로 일회적인 기부를 하고 있으며, 적정기술에서는 대부분 후원을 받아 현지인들에게 기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기부하는 것들도 대부분 현지인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듣지 않고 만든 것들인 경우가 많아 변기가 화분으로 쓰이고 모기장을 면사포로 사용하는 등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버려지는 경우가 많다.

[파트너스 인 헬스] 파머는 그 이유가 무엇인지 이해하기 위해 의사 관점뿐만 아니라 인류학자 관점에서 이 문제를 연구했다. 그는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질병보다 더 많은 것을 이해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며 이를 위해서는 환자의 삶을 이해해야 했다. -p. 299


편견으로부터 벗어나 원래부터 당연했던 것으로

'저소득층을 공략하라’라는 책을 읽을 때, 안그래도 불쌍한 사람들인데 그들을 공략해서 돈을 벌으라는 말이 너무 불편했었다. 지금 이루어지고 있는 지원사업으로도 아직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는데, 기업들이 들어가서 돈을 벌라고 하다니 너무하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이런 편견에 사로잡힌 생각은 글로벌 기업 내부에서도 있었다. 이머징 마켓을 공략한다는 것이 새로운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긴 하지만 그 속에 들어가면서 사회적인 책임을 다 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기업을 사로잡았다. 또 그 과정에서 나오는 제품들이 기업의 이미지, 기술력부터 모든 것의 영향을 미치면서 기업 자체에 위기가 올 것이라 불안해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위기없이 성공하고 싶다면, 그냥 선진국에서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 해야할 일들을 하라고 한다. 그러니까 사람들의 니즈를 찾고, 혁신하고, 경쟁하고, 성장해가라라고 한다.

그러니까 마치 "그 곳도 어짜피 사람사는 곳이야. 열악하기는 하지만 별거 특별할 건 없다고. 그러니까가난한 사람들이니 이렇고 저런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가 아니라 평소에 하던 것처럼 하면 성공할 수 있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적정기술도 역혁신을 꿈꾸는 기업들에게도 편견으로 벗어나 원래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하라고.

사실 신흥개발국에 거대한 영향을 미치기 위해 글로벌 컴퍼니가 자신들의 미션을 바꿔야 할 필요도, 자선사업이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집중하도록 기업 헌장을 바꿀 필요도 없다. 우리는 사실 이와 거의 반대로 기업은 사업이 번창하기 위해 해야 할 일, 즉 충족되지 않은 니즈를 찾고, 혁신하고, 경쟁하고, 성장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난한 이들의 생활을 향상시키기 위한 일에 기업이 참여하는 경우를 가리켜 몇몇 기업 임원들과 학자들은 ‘사회적 혁신’, ‘포용적 혁신’, ‘포용적 성장’과 같은 단어들을 사용한다. 우리는 다른 용어를 제안하고자 한다. 이를 그냥 사업, 사업의 참모습이라고 부르자. -p.321